봉급때면 마이너스 통장이 상한선에 가까이 왔다갔다하는 스릴이 있는 생활이 몇달간 계속되고 있다.
지출내역을 곰곰이 따져 보면 확실히 씀씀이가 커진 것이 사실이다.
불과 4년전만 하여도 없던 것이 우리집에는 많이 생겼다.
이런 것들이 없이 살려고 꽤 발버둥질을 쳤는 데 결국은 시류를 따르다 보니 생활의 편리함을 얻은 대신 많은 지출을 하게 되었다.
40년전 하루 세끼 밥도 제대로 먹기 힘들던 시절(지금도 식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는 죄송한 이야기임)을 경험하였던 나는 철이 조금 든 고등학교 시절 내가 커서 돈을 벌면 하루 세끼 밥을 먹고, 내집에서 살고 , 자식들 공부를 시킬 수 있으면 더 이상 바라지 않겠다는 소박한 꿈을 꾸었다.
우리 형제들이 아직 어렸을 때 아버지가 갑자기 별세하신 까닭으로 어머니는 온갖 고생을 다하시면서 나와 동생들을 가르치셨는 데 덕분에 16년간의 교육을 받고 사회에 진출하게 되었다. 그리고, 가정을 이루고 동생들을 치닥거리하고 자녀들을 기르면서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초임 교사시절 동생들 치닥거리 하랴 신혼 살림을 하랴 아내가 고생을 많이 하였는 데 세월이 흐르다 보니 동생들도 모두 독립을 하여 나가게 되고 내가 책임져야 할 자식들을 양육시키는 일만 남았는 데 이제는 위의 두 아이는 취직을 하여 경제적으로 독립을 하게 되어 자식들을 교육시키고 양육하는 일도 거의 끝나가는 단계에 이르게 되었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를 마련하는 것을 준비하고 대출금을 갚는 데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처음 신혼 살림을 차릴 때는 이부자리와 장농과 취사도구만 있었고 흔한 TV도 없이 살았다.
그런데 아들 녀석이 TV가 없어 이웃집에 가서 TV를 보는 것을 보고 할 수 없이 중고 TV를 구입한 것을 시작으로 냉장고를 비롯하여 가전제품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었고, 전화가 없이 사는 데 불편함이 없었는 데 남들이 전화를 갖게 되니 불편함을 참을 수 없어 전화를 놀 수밖에 없었고, 이런저런 이유로 평균보다 한박자 늦게 이런저런 가구를 갖추어 나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컴퓨터를 구입하는 것까지는 그런대로 그 필요성을 정당화시킬 수 있었지만 문제는 승용차를 운행하는 것이었다.
아내와 나는 차가 없이 살자는 주의였다. 친구들과 친척들 대부분이 차를 굴려도 우리는 차가 없이 살았는 데 아이들의 거센 요구를 꺾을 수가 없었다. 결국 2000년 10월 어쩔 수 없이 중고 승용차를 한대 구입하게 되어 뒤늦게 마이카 시대에 합류하게 되었다.
승용차 말고 핸드폰도 세대간의 갈등을 불러 일으켰다.
핸드폰이 없이 사는 주의였지만 대학에 다니는 아들과 딸들의 거듭되는 요구를 꺾을 수가 없었고, 마침내는 2001년 나까지 정보화의 대열(?)에 합류할 수밖에 없었고 끝까지 버티던 아내도 결국 작년에는 조카가 쓰던 핸드폰을 물러받게 되어 식구마다 전화가 한대씩 되는 정보화시대에 부응하는(?) 가족이 되고 말았다.
식구마다 핸드폰을 들고 다니다 보니 핸드폰 요금이 쌀값보다 더 들어가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우리 집에도 벌어지게 되었다.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위의 두 아이들이 취직을 하게 되자 이들 모두가 차를 요구하게 되고 보험 관계 등을 따져 내 명의로 차를 구입하다 보니 차를 세대나 보유하게 되었다.
차 한대도 없이 살던 4년전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요 발전같이 보인다.
그렇지만 이것은 외화내빈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다.
보험료, 자동차 구입 비용 등을 사회 초년병인 자식들이 감당하지 못하니 결국 내 부담으로 돌아오게 되고 4년전 개설한 마이너스 통장은 상한선까지 오르내리게 되었다.
40년전 가졌던 세끼 밥을 먹으며 내집에서 산다는 소박한 꿈보다는 많은 것을 소유하게 된 것은 사실이다.
그때 상상도 못하였던 아파트, 승용차, 핸드폰, 컴퓨터 등을 소유하게 되었다.
어쩔 수 없는 필요에 따라 소유하게 되었지만 꼭 소유를 하여야 하는가에 대하여서는 여전히 회의가 든다.
결국 오늘의 생활은 (-)통장에 의존하는 겉만 번드르한 빚더미 위에서 사는 외화내빈의 생활이 되고 말았다.
근검절약, 저축, 내핍생활 등 어려서부터 교육받았던 생활의 덕목들은 어느덧 뇌리에서 희미하여 지고 말았다.
돈쓰기를 강요하는 사회, 여기에 나는 어쩔 수 없이 휘말리고 말았다.
언제 (-) 통장에 의존하는 생활에서 벗어나게 될지 알 수 없다.
단맛에 취해 설탕 그릇에 빠져드는 것을 알지 못하고 한발한발 설탕그릇 속으로 들어가는 개미처럼 돈 쓰기를 강요하는 사회에 나도 모르게 빠져 들어 이제는 헤어나올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돈쓰기를 유혹하는 것들은 우리 주변에 너무 많다.
레저 활동 및 해외여행, 명품구입, 평수 넓은 아파트, 고급 승용차, 취미 생활, 사교 모임 등등이 우리들에게 능력 이상의 돈쓰기를 강요하고 있다.
내 분수를 잘알고 능력 이상의 돈쓰기를 강요하는 유혹을 어떻게 이겨내고 합리적인 소비와 미래를 준비하는 저축을 하는 생활을 하는가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해결하고 극복하여야 할 과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2004. 6. 23 박철목사님의 느릿느릿 사이트에 올렸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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