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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주장, 시평, 논문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시위를 보며(2008. 6)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시위를 보며 해결방법이 없을 것 같아 착잡한 마음이 든다.

 

첫단추가 잘못 끼워졌다.

부시와 골프카를 같이 타려는 서두름에서 미국측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여 협정이라고 할 수 없는 협정을 맺은 것이 그 단초다.

 

돈 주고 사먹으면서 사는 물건에 대해 고를 수도 없고, 요모조모 살필 수도 없고, 하자가 있다고 반품을 할 수도 없는 그런 협정이 어디에 있는가?

청소년들로부터 시작된 시위는 유모차를 미는 엄마와 직장인들과 어른들까지 거리에서 촛불을 들게 하였다.

 

값싸고 질좋은 쇠고기를 먹게 하려고 한 것이고 안 사면 그만이 아니냐는 말부터 시작하여 배후가 의심된다느니 하는 등의 통치자의 부적절한 발언과 장관과 관계관을 동원한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는 말과 미국 대사의 한국 국민들은 과학 공부를 더해야 하겠다는 국민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발언이 쏟아져 나왔다.

1987년 6.10 항쟁 이후 최대의 인파가 거리로 나왔다.

 

사태의 심각성을 알게 된 대통령과 정부와 한나라당은 급한 불끄기에 나섰다.

그 무엇과도 국민의 건강과는 바꿀 수 없다느니, 통상 마찰을 감수하고라도 광우병이 발병하면 수입을 금지시키겠다느니, 국민의 마음을 읽지 못했다느니, 소통을 하도록 하겠다는 등의 말의 성찬이 이어지고 있다.

아무리 장관이 대통령이 집권 여당의 간부가 국회의원이 번드르르 한 말을 하더라도 국민들을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미국이 협정을 다시 맺거나 우리의 요구를 수용해야 하는 데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느니, 미국의 3억에 가까운 인구와 200만에 가까운 재미 동포도 먹고 있다느니, 미국과 똑같은 조건에서 쇠고기를 수출한다느니 하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미국의 오만함과 힘으로 밀어 붙이기는 친미를 기치로 하는 미국의 동지인 친미정권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그러면서 한국민들끼리 잘 해결하라는 식의 말을 한다.

미국은 이중플레이를 한다. 한편으로는 한국민들의 정서를 이해하는 듯한 발언도 한다.

그러나 핵심을 바꿀 의지는 없다. 협정에 잘못이 없다는 태도다.

 

김종훈 통상본부장이 굳은 표정으로 미국으로 건너갔다.

무슨 보따리를 들고 들어 올지 알 수는 없지만 아마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의 불을 끄끼에는 한참 모자라는 보따리를 들고 굳은 표정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직선제의 부활 이후 최대의 지지율로 당선되어 오만이 극에 달해 있었다.

강부자 고소영 S라인 등으로 지칭되는 편파적 인사와 임기도 안된 산하단체 장들을 감사까지 벌리며 강제로 퇴출시키고 자기 사람을 심으려는 의도, 국민들이 반대하는 인사를 무리를 해서 자리에 앉히는 등의 오만함을 저질렀다.

말로는 소통을 강조하고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고 하고, 낮아지겠다고 하며 대통령이든 집권 여당의 총재든 장관이든 머리를 깊이 숙이지만 교체되는 산하 단체장에 대한 하마평은 말과는 전혀 다르다.

머리를 숙이며 낮아지는 시늉을 하지만 내용에서는 바뀐 것이 없어 보인다.

 

잘못된 쇠고기 협정으로 정부는 미국과 국민 모두에게 버림을 받고 있다.

만약 국민들의 요구대로 재협정을 맺는다면 국가 간의 조약을 번복했기에 엄청난 신인도의 저하를 감수해야 한다.

또, 미국이 이면 협상을 통해 우리에게 유리한 FTA의 항목에 대해 수정을 강요하거나 아니면 무리한 요구를 해서 관철시킬 가능성이 크다.

미국으로서는 손해볼 것이 없어 보인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제국주의 중에서는 덜 나쁜 제국주의 국가라고 하지만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다른 나라의 집권자를 헌신짝 버리듯한 예를 많이 보았다.

아마 이정권의 안위에는 별 관심이 없을 것이다.

촛불 시위에 대한 비판도 있다. 어떤 사람은 미국의 비위를 거슬러 미국이 손을 떼면 북한이 쳐내려 올 것이라고 염려한다.

미국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를 보여 주기 위해 미국산 쇠고기와 소시지를 시식하기도 했다.

또한 촛불집회를 비판하는 기도회를 하기도 한다.

 

비서진을 바꾸고 개각을 한다고 해서 수습이 될 일이 아니다.

미국이 한국의 촛불시위 사태를 방치하는 것이 자국에게 손해가 된다는 인식을 하기 전에는 해결의 방법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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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문외한이고, 최근 10여년간 지지정당이 없는 필자가 이 곳에서 정치를 논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 집회가 잘못되었다고 비판하는 것도 아니다.

기적적으로 쇠고기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도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것을 염려하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기독교 장로이고, 이것이 보수적인 대형교회 목회자의 무조건적인 지지를 이끌었듯이 쇠고기 협상의 실패로 인한 비난을 기독교도 같이 받게 된 것이다.

이에 기름을 끼어 얹은 것은 보수적인 대형교회 목사들의 부적절한 발언이다.

한국 개신교회는 이명박 대통령의 실정에 대한 비난을 그대로 뒤집어 쓰게 되어 잇다.

세속국가의 세속적인 대통령의 실정을 교회가 감당해야 하는 처지가 우려가 된다.

 

또 하나는 권위의 실추다.

권위의 실추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는 권위에 가속도가 붙게 된 것이다.

어린 학생들까지 대통령을 희화화 하고 있고, '2MB니 쥐박'이니 하는 비칭을 쓰고 있다.

대통령의 권위 실추는 대통령에게서만 끝나지 않는다.

장관과 정치인의 권위 실추에 이어 학교나 가정이나 사회에서 소위 어른들의 권위 실추가 뒤따를 것이다.

 

교권의 실추가 어떤 결과를 가져 오고 있는지 명백하게 보이지 않는가?

학부모가 교사를 폭행하고, 학생들이 교사의 지도에 대들고, 동영상을 찍어 신고를 하고 있고

교사들은 담임을 회피하게 되어 담임교사에게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궁여지책까지 등장하고 있는 현실이다.

 

일부 목사들의 잘못으로 자업자득인 면도 있지만 담임 목사의 권위 실추는 교회를 혼란으로 몰아넣고 있다.

안티기독교의 대두는 교회 지도자들의 권위실추와 신자들에 대한 신뢰의 상실이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교회에 얼마나 큰 충격을 주고 있는지, 선교를 저해하고 있는지는 안티기독교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실감하고 있다.

가장의 권위 실추는 가정의 질서를 파괴하고 청소년들의 탈선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

 

권위 주의는 배격해야 하지만 대통령이나 지도자나 교사나 부모의 권위는 유지되고 존중되어야 한다.

이것이 이번 촛불 시위를 통해 실추된 것이 더 염려가 된다.

쇠고기 문제가 극적으로 해결된다 해도 촛불 시위사태에서 야기된 권위의 실추로 인한 상처는 오래도록 보이지 않게 남아 있을 것이고 두고두고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2008. 6.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