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현대사회는 경쟁의 사회다.
경쟁은 모든 사람을 피를 말리게 하고 낙오된 사람을 궁지에 몰아넣는 반면 발전을 가져 오게 하는 기능도 있다.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도 아닌 자본주의 국가에서 경쟁을 죄악시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없애지 못할 경쟁이라면 이것을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진정한 경쟁이란 노력을 많이 하는 사람이 더 나은 결과를 얻는 것이다.
어차피 대학이 많으면 대학 사이에 우열이 생기게 된다.
또, 학과 간에 선호도의 차이가 생기게 된다.
장래성이 더 좋은 학교와 학과에 진학하려는 것은 당연한 욕구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원한다고 수요자 중심으로 원하는 학교와 학과를 무한정 늘릴 수 없다.
여기서 경쟁이 발생한다.
문제는 경쟁에 이긴 사람도 진 사람도 모두 납득할 수 있는 선발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교육 정책의 입안자나 수장으로 해야 할 첫번째 의무이다.
수능이 경쟁의 원흉으로 몰리고 있다.
신임 교육부 장관은 수능을 가지고 옛날 예비고사처럼 합격 불합격을 가리고 내신으로 합격자를 뽑을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능을 점수화하지 않고 자격화하면 사교육이 줄을까?
수능의 자격화는 내신이라는 잣대에 의지해서만 선발을 하게 되는 데 문제는 내신이라는 잣대가 정확하고 공정한가이다. 내신제를 도입한지 20년도 더 되었으니 이제는 공정성이라든가 변별력이라든가 하는 것을 검증하고 보완하는 데 충분한 시간을 가졌다고 본다.
그런데 지금 수능성적보다 내신성적을 더 신뢰하는가?
대학이나 수험생이나 수험생 부모나 내신이 더 공정하고 타당성이 있다고 누구도 믿지 않고 있다.
일부 비평준화 지역 고입에서 내신만으로 진학을 하게 하고 있다. 대부분의 평준화지역은 경쟁이 없으니까 못느끼겠지만 일부 비평준화지역에서의 내신점수 경쟁은 입시 못지 않은 경쟁과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에게 더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이런 비평준화 지역은 평준화를 하면 내신경쟁이 해소될 수 있겠지만 대입은 다르다.
소위 인기학과와 인기대학의 경우 엄청나게 많은 같은 내신성적 동점자를 어떻게 선발할 것인가?
같은 1등이라도 500명에서 1등과 30명에서의 1등은 같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소수 인원밖에 없는 지방 학생은 아무리 우수하여도 상대평가에 밀려 경쟁에 참여할 수도 없다.
수능이나 본고사는 경쟁상대가 눈에 보이지 않는 동년배라서 얼굴을 마주하는 가까운 또래간의 갈등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학교 내신은 같은 또래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또래 사이를 삭막하게 만든다.
이것을 정책입안자들은 간과하고 있다.
수능의 자격화도 대입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라면 좋다.
그러나 이에 앞서 다수가 공감할 수 있고 타당한 선발방법을,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선발방법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2003 . 3. 8. 오마이 뉴스 게시판에 올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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