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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의 학력문제 논란에 대하여

시골 훈장 2020. 7. 23. 23:41

박지원 전의원이 예상을 깨고 국정원장 후보로 발탁되어 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야당에서는 박후보에 대하여 깐깐하게 따지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쟁점의 하나가 박후보의 학력문제다.

'60년대 초에 광주교대를 졸업한 박지원 후보는 군에 입대하였고 군복무 중 단국대에 편입하여 졸업을 했다는 것이 중점이 되고 있다.

 

필자는 박지원 후보를 옹호하거나 비하할 의도가 전혀 없으며 필자가 기억하고 있는 당시의 교육현실을 아는대로 기술하여 당시의 현실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할 뿐이다.

 

필자가 중학교 2학년때인 1963년의 일로 기억된다.

아마 대학에서는 1학기말 고사를 볼 때였던 것 같다.

토요일 오후였던 것 같다.

무슨 일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하교를 하지 않고 학교에 머물고 있던 나는 교무실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교무실 옆 교실에는 젊은 사람들(군인들도 포함) 앉아서 시험을 치르고 있는 것 같았다.

앞에는 감독관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 서 있었다.

칠판에는 서술형 시험문제로 보이는 두 문제가 씌여져 있었는 데 한자로 씌여 있어서 무슨 문제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필자가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은 수험생들이 책을 펴놓고 시험을 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먼저 답안을 다 쓴 사람은 감독관에게 시험지를 제출하고 밖으로 나왔다.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먼저 나온 사람에게 물어보았다.

시험을 치르고 나온 사람은 춘천대학이라는 야간대학이 있는 데 기말고사를 치르는 것이라고 했다.

학생들 중 군인들이 많아 양구에 있는 학생들을 위해 중학교 교실을 빌려 기말고사를 보는 것이라고 했다.

 

필자가 중3때 영외거주를 하는 장교들이 우리집에 방을 얻어 기거하며 부대에 출퇴근을 했다.

백중위라는 분이 있었는 데 집에 오면 늘 공부를 했다.

라디오를 틀어놓고 영어공부를 하는 모습을 여러번 보았다.

백중위는 춘천대학을 다니고 있었다고 한다.

부대에 근무를 했고 당시 교통사정으로 볼 때 평일에는 수업을 받으러 학교에 가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위의 대학은 등록금을 내고 등록을 하면 출석수업을 받지 않아도(평상시) 소정의 과정을 이수하고 시험을 치르면 졸업이 가능했던 것 같다.

중학교 재학시절 양구에서 보았던 1학기 기말고사의 모습은 학교가 있는 춘천이 아닌 군부대가 있는 양구에서 기말고사를 치르는 것으로 학생들의 편의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평상시 수업에 출석하지 않았어도 과정을 이수하는 것이 '60년대 당시에는 가능했던 것이다.

 

필자가 중등 교사로 재직하 때 초등학교 교사를 하면서 야간대학에 편입하여 과정을 이수하고 중등교사로 전직하여 온 분들이 많이 있었다.

이분들은 초등학교 교사 출신답게 환경정리를 깔끔하게 잘하였고 행정사무를 잘 처리했으며 학생들 지도도 잘했다.

이분들이 야간대학에서 과정을 이수하였지만 대학에서 수업관리나 학사관리는 그리 철저하지 않았던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초등학교 교사나 공무원 군인 회사원 들 중에 대학을 다니지 못했던 분들은 야간대학에 등록하여 만학도로 대학과정을 이수했던 것이다. 그리고 일부의 경우 부실한 학사관리를 통해 형식적으로 대학과정을 이수하고 졸업장을 받은 경우도 상당수 있었다.

 

필자의 친구가 우리나라서는 꽤 유명한 사립대 약대에 입학을 했다.

그 친구가 입학을 하여보니 정원보다 많은 학생들이 수강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들은 정식 학생이 아니지만 수업을 듣고 군입대나 자퇴 등으로 결원이 생긴 자리를 채워 정식학생으로 졸업을 했다고 한다.

약학대학의 학사관리가 이정도이니 사립대학에서는 입학시험을 치르고 정식으로 입학한 학생들 외에 이른 바 뒷문으로 입학을 하고 기회가 되면 정식 학생의 적을 얻게 되고 그렇지 못하면 청강생으로 졸업을 하는 경우가 '70년대까지는 흔히 있었다.

국정농단의 혐의로 옥고를 치르고 있는 최순실(최서원)도 이런 식으로 단국대 학력을 취득했다는 설이 있다.

 

박지원 후보의 경우를 생각해 본다.

'60년대 초중반의 실정으로는 단국대를 편입하여 졸업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했다고 생각된다.

물론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불법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당시에는 부대장이 허락을 하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부사관도 아닌 사병이 학교에 다녔다는 것은 등록만 하고 출석은 거의 하지 않고 형식적으로 과정을 이수하였거나

아니면 부대장의 허락으로 학교에 다녔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필자가 학교에 재직하였던 '80년대까지도 학교장이 허락을 하면 주간대학원에 출석하여 대학원 과정을 이수하는 것이 가능하였다.

물론 군대라는 특수 직종과 사병이라는 위치가 일반직장과 공무원이나 회사원과는 다르지만 당시에는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고 본다.

위의 경우와는 다르지만 심지어는 교대나 사대에 재학 중이거나 교사로 재직 중인 사병이 고위 장교에게 발탁되어 공관에서 근무하며 자녀들의 가정교사 노릇을 하던 것도 가능했던 시대였다.

 

분명 박지원 후보가 군 사병으로 근무하며 이수하고 취득한 학력이 지금의 관점에서는 위법이라고 해도 '60년대 초중반에는 일반적인 관행으로 가능했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처리할지는 청문회 위원들이 가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