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은 목사님께, 저녁은 스님께 접대받은 날
목사님이나 스님이나 우리같은 속세인간과는 다른 더 높은 가치를 추구하고, 더 차원 높은 세계를 추구하며 사는 분들이다.
교회에 춣석하거나 사찰에 출입을 해도 개별적으로 이들 성직자와 자리를 함께 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더더욱 식사접대 등을 받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데 28일 목요일에는 목사님과 스님에게 식사초대를 받았다.
두분 모두 속세의 강한 인연이 있는 분들이다.
목사님은 필자가 초임 교사시절 함께 동료로 근무했던 분이고, 스님은 고등학교 동창이다.
아침에 정목사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정목사님은 교회를 다니지 않던 분인데 교사를 하면서 신앙생활을 하기 시작했고, 신학대학원을 나와 목사가 된 분이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으니 점심식사라도 같이 하자고.....
전에 필자가 정목사님과 점심식사를 대접한 적이 있었기 때문인지 이번에는 목사님이 식사비를 부담하겠다고 했다.
오랫만에 만나 신앙생활과 성경을 읽으며 느꼈던 견해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효산스님과의 만남은 약속이 잡혀있는 만남이다.
몇달 전 같이 교회에 다니는 동창이 오랫동안 소식이 없던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는 데 만나기로 했다고 했다.
대학 행정직원으로 근무를 했는 데 늦깎기로 스님이 되었다고 했다.
주일 오후에 다른 친구를 불러서 넷이 만났다.
커피를 마시며 여러 주제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스님과 오랜 시간동안 이야기를 나눈 것은 처음이었다.
종교는 다르지만 이야기를 나누며 상대편 종교와 내가 믿는 신앙과 차이점과 공통점을 인식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모든 종교에는 공통선(共通善)이라는 것이 있어 종교사이의 접점이 될 수가 있다.
그러나 접점을 찾을 수 없는 큰 차이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각자의 종교가 처한 문제점과 역사적 공과(功過)에 대한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 뒤로도 더 만난적이 있었는 데 이번에는 효산스님의 제의로 만나게 되었다.
넷이서 저녁식사를 한 후 커피숍에 가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물론 어떤 결론이 있는 이야기는 아니고, 각자의 경험과 인식의 범위내에서 나오는 이야기였다.
삶의 단계에서 오는 공통점인 건강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스님과의 만남은 불교에서 바라보는 기독교에 대한 이해를 높히는 데 도움이 되었다.
물론 효산스님이나 나나 불교와 기독교를 대표하는 인물도 아니고,
또 둘이 인식하고 있는 범위가 각 종교를 모두 이해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책이나 영상물 타인의 이야기를 통해 접하는 것보다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 있는 모든 종교가 거의 다 들어와 있는 다종교 국가이다.
각각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과 무종교인 사람들이 서로 섞여서 살고 있는 사회이다.
물론 자신의 종교에 대한 강한 믿음과 분명한 정체성 역시 필요하다.
그러나 자신의 종교외에 타종교를 적대시하는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여러 종교를 뒤섞은 혼합종교는 수용할 수가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분명한 신앙의 정체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타종교인과 같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분명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과는 공통선을 접점으로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공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약 이스라엘의 왕정시대나 유대인 사회에서도 타종교인들과 교역을 하고 문화교류를 하고 외교관계를 맺기도 했다.
신정국가나 단일종교 공동체 사회에서 통용되는 규범을 다종교 사회에서 적용한다면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내가 믿는 신앙에 대한 정체성은 분명하게 지키되 다종교 사회라는 것을 인식하고 타종교인들과도 공존하는 그런 국가 사회가
되어 종교간 갈등이 없는 나라로 이어가기를 바란다.
12월 28일 목요일은 하루에 양대 종교의 성직자에서 식사대접을 받으며 유익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아주 의미있는 날이었다.